강민석

Hello World👋.


디자인은 사고방식이다

Hello World by Alice Rawsthorn
디자인은 ‘어떻게 보여주지’가 아니다. ‘어떻게 작동할지’에 관한 문제다.
Steve Jobs

‘사랑이 무엇이냐’ 묻는 것과 같다.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능한 신이 우주를 창조하는 행동도 ‘디자인’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인간 혹은 지구가 직면한 문제는 무한하기에 디자인은 영원토록 필요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 전기 배터리,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과정 모두 디자인이다. 시각장애인이 가질 불편함을 이해하고 지하철에 점자와 스피커를 설치하는 결정 또한 디자인이다. 예시는 끝없이 펼쳐진다.1

분명한 건 디자인이 표면적인 美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겉멋과 다르게 디자인에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용도를 지닌 디자인은 외적 美를 넘어 의도한 목적에 맞춰 평가된다.

좋은 디자인, 나쁜 디자인

모든 생명체와 행동은 오직 용도와 목적에 근거하여 평가된다.
Plato

디자인은 셔츠에 음식이 튀는 걸 막거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 좋고 나쁨은 시각이 아닌 결과가 증명한다.

Arne Jacobsen, 1957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스푼은 사용자를 이해한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모두 편하게 쓸 수 있도록 2가지 모양으로 출시된 스푼은 떨어져도 내용물이 사람 반대 방향으로 튀도록 디자인됐다.

팜비치 (Pam Beach) 투표용지.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에게 투표하려면 위에서 2번째가 아닌 3번째에 구멍을 내야 한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 대신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나쁜 디자인’ 덕분이었다.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던 플로리다주 팜비치는 시력이 안 좋은 유권자를 위해 ‘나비형 투표용지’ 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사려 깊지 못한 디자인은 선거 당일 큰 혼란을 가져왔고 수천 명의 앨 고어 지지자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기권하는 실수를 범하게 됐다.

플로리다주 결과가 대선 승패를 가르게 되자 결국 사상 최초로 선거 개표가 한 달 넘게 진행되었고, 앨 고어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디자인은 사고방식이다

디자인은 직업이 아닌 태도다.
László Moholy-Nagy
T3 radio vs. iPod

‘좋은 디자인’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이해하면 누구나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디자인을 말할 때 흔하게 연상되는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가 완벽에 가까운 사용자 경험을 추구했기에 탄생했다.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였던 조너선 아이브가 잡스를 “행동하는 디자인 챔피언”이라 부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디자인을 태도로 이해한다면, 모든 창작자는 디자이너로 거듭날 수 있다. 글을 쓴다면 어떤 구조, 이미지, 단어를 선택할 것인가 고민하여 제대로 ‘디자인’된 글을 발행할 수 있고, 요리를 한다면 레시피뿐 아니라 그릇이나 공간까지 '디자인'하여 독창적인 경험을 대접할 수도 있다.

디터 람스가 말하듯 “좋은 디자인은 사소한 부분까지 충실하다.” 단순한 그림 실력이 아닌 사람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정이 곧 디자인이다.

집 안에서 발견하는 디자인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 구조를 더 명확하게 만들기에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Dieter Rams

환경은 인간을 조종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인해 진화(?)한 엄지를 가진 젊은 세대는 초인종 버튼을 누를 때 엄지를 사용할 확률이 높다.

구글과 네이버는 기념일마다 로고를 수시로 바꾸어 친근감을 유도한다. 배민은 폰트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고유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셰퍼드 페어리가 디자인한 “Hope” 포스터를 보면 오바마 캠페인이 약속했던 가치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러한 관찰은 디자인이 무의식적인 결정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걸 나타낸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디자인은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조금만 들여다봐도 집 구조, 가구 위치, 물건 모양, 기능, 색깔까지 모두 내 삶에 관여하고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새로운 물건을 사거나 이사를 가는 건 새로운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이때 나에게 맞는 ‘좋은 디자인’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선택을 내린다면 더 수월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1. 역사에 디자인을 빼놓을 수는 없다. 300년 전, 해적선에 달린 해골 깃발은 공포감을 조성하고 항복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쉽게 고장 났던 M16 소총은 베트남 전쟁에서 수많은 미군 사상자를 초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