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suk Kang

AI 지옥

AI 지옥

우리는 AI 지옥에 살고 있다.

제주도가 7조8451억 원짜리 국정과제 예산을 이재명 정부에 제안한다는 기사를 봤다. 역시나 “K-컬처 밸리”, “우주산업클러스터”, “바이오 헬스 클러스터” 같은 뜬구름 잡는 계획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와중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AI다. “K-AI Home&City Jeju”부터 “글로벌 기후테크 AI 혁신센터 구축”, “AI 디지털 미래인재 수도 제주 조성”, “AI 기반 관광”, “미래형 친환경 농업용 AI”까지. 누가 보면 OpenAI 본사가 제주에 있는 줄 알겠다 싶을 정도로 초현실적인 몸부림이다.

태어나서 코딩이라고는 단 한 줄도 써본 적 없는 관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주문처럼 AI를 외치는 모습은 참 기묘하다. 서울에 있는 AI 엔지니어들도 가능만 하다면 미국이든 일본이든 떠나고 싶어 하는데, 제주도가 무슨 수로 AI 산업을 키울 수 있단 말인가?

물론 꿈은 클 수 있다. 야망이 커야 앞으로 갈 수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제주도가 AI 도시가 되고 싶은 까닭이 무엇일까? 그냥 AI에 돈이 몰리니까. AI를 여기저기 갖다 붙여야 있어 보이니까. 이토록 얄팍한 기반으로 만들어진 주장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문제인 거다.

제주도가 NVIDIA를 모시고 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재, 자본, 인프라 모든 부분에서 내세울 것이 없는데 어떻게 홈런을 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제주와 같은 소도시가 유치할 수 있는 건 AI 회사가 아닌 직원이다.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서울, 도쿄, 싱가포르를 떠나 제주에 살고 싶을 만큼, 도시의 매력을 키우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도시는 곳곳에 큰 공원이 있다. 대중교통이 편리해 차를 살 필요가 없고, 가로수 아래로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나란히 이어진다. 외지인들이 쉽게 적응하고 머물 수 있도록 효율적인 행정 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길거리에는 침을 뱉는 사람도, 늦은 밤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도시가 지닌 에너지다. 뉴욕이 아무리 더럽고 시끄럽고 낡았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뉴욕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예술가든 창업가든,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사람들은 끌린다.

대전, 울산, 대구, 부산, 광주, 화성 모두 AI 도시가 되겠다고 안달이다. 만약 제주가 이들과 달라지고 싶다면, AI 헛발질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 앞을 가로막는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온라인에서 글로벌 결제를 지원하고 싶어도 Stripe가 지원되지 않아서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공유 숙박, 관광 가이드, 카풀, 카셰어링. 전부 다 규제 때문에 시도조차 할 수 없다. 틀을 깨부수는 사업이라면 일단 금지하는 도시에 야망 있는 자들이 모일 리 없다.

수많은 국가, 도시, 회사가 AI 우선주의를 신봉하는 와중에 나 또한 AI 신기루에 꽂힌 소도시에 살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는 실리콘 밸리가 아니다. 제주대는 스탠포드가 아니고, 제주시는 싱가포르가 아니다. AI가 그렇게 좋으면 도의원부터 도지사까지 모여서 코딩 테스트부터 봐라. 부디 현실을 직시하고 도민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면 좋겠다.

#생각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