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페스티벌 1
10월 8일, 집 근처 자주 가는 카페에 붙여져 있는 포스터를 봤다. 연필로 휘갈긴 것 같은 글자로 가득 찬 하얀색 포스터. 프린트를 한 것인지 직접 쓴 것인지. 거슬렸던 걸까. 커피를 마시는 와중에도 힐끔 쳐다봤다.
화장실 가는 길에 멈춰서 읽어보니 “즉흥페스티벌“이라는 제목이 크게 적혀 있었고 아래에는 짧은 설명도 있었다. “10월 15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청 광장에서 즉흥적으로 놉시다. 모든 인간 환영. 참가비 없음.”
이딴 페스티벌에 누가 간다는 거지. 헛웃음이 나오려는 순간 카페 사장님이 내 옆을 지나가면서 말했다. “아 시간만 되면 갔을 텐데. 아쉬워요. 이 사람들 엄청 재밌거든요.” “그래요?”라고 답하려고 옆을 바라보니 사장님은 이미 다른 손님과 깔깔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포스터를 한 번 더 바라봤다. 나도 즉흥적으로 놀 수 있을까? 정신줄 놓고 광장을 누비는 나를 잠시 상상하고 나서야 포스터 오른쪽 아래 가장자리에 숨겨져 있던 개미 같은 글씨를 발견했다. “네, 당신도 즉흥적으로 놀 수 있습니다.”
10월 15일이 되자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에스프레소를 마신 듯 정신이 또렷했다. 8시로 맞춰져 있던 다이소 알람 시계를 끄고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을 비웠다. 그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즉흥페스티벌“을 다시 한번 검색했다. 역시나 포스터 말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누가 개최하는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인지, 어떻게 즉흥적으로 노는 것인지. 이거 사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수상했지만 카페 사장님이 아는 사이라고 했으니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두 시간 동안 웹툰만 보다가 뱃속에 콘푸로스트 세 그릇을 채운 후 집 밖으로 나왔다. 목덜미에 찬 기운이 느껴져서 얼른 후드를 뒤집어쓰고 걸었다. 시청까지는 걸어서 20분. 도착하면 10분이 남지만, 집에 있어봤자 할 일이 없으니 일찍 가서 정찰이나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시청으로 출근하는 공무원들과 발을 맞췄다.
시청에 도착하니 광장 중앙에 큰 체크무늬 돗자리가 깔려있었다. 돗자리 위에는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중년의 남성이 검은색 기타를 품에 안고 앉아 있었다. 돗자리에 가까워질수록 노랫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대를 만나서 나는 즐거웠다네. 오 그대, 그대, 그대.”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사를 듣고 있는데 이 노래도 과연 즉흥일지 궁금해졌다.
낯선 인간이 돗자리 근처에 서 있는데도 아저씨는 흥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안녕하세요”라고 속삭였지만,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사람일 뿐이었다. 어색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겨서가 아니라 긴장해서 하하거렸다. 조용하게 신발을 벗고 돗자리 위에 섰다. 손뼉을 치려고 하는데 그제야 손글씨로 “즉흥페스티벌”이라고 적혀 있는 갈색 골판지 간판이 보였다.
아, 여기 맞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