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요 육아 일기 2
고요가 우리 집에 오고 일주일이 지났다. 만약 아내가 퇴원 후 조리원으로 갔다면, 아직도 고요와 아내는 집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조리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야 인기 있는 조리원은 최대한 빨리 예약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리원이 대체 뭐길래? 고요는 쌀알만큼 작은데, 벌써? 더 자세히 알아볼수록 (내 눈에는) 대부분의 조리원이 그저 상업 시설로만 보였다. 정녕 산후조리에 필요한 것이 호텔식 스위트룸, 룸서비스, 아로마 마사지일까. 그때부터 임신,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이 과정에 어떻게든 끼어들어 부모를 소비자 취급하는 장사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실로 향한다. 아기는 앙앙 울면서 주사를 맞고 체중계 위에 올라간다. 이 와중에 신생아실에 있는 다른 아기들은 예상 외로 조용하다. 왜냐하면 아기가 우는 순간 간호사가 쪽쪽이를 입에 꽂아 넣거나 분유를 먹이기 때문이다. 모유 수유를 원한다면 최대한 빨리, 그리고 자주 젖을 물려야 하지만 많은 아기들은 태어나는 날부터 실리콘 젖꼭지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갓난아기는 2~3주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신생아실에서 보낸다.
만약 내가 분유 회사 대표라면, 신생아들이 첫 분유로 우리 제품을 접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을 것이다. 산부인과나 조리원에 분유와 각종 물품을 아낌없이 협찬해서 “병원에서 쓰는 분유니까.” “조리원에서 쓰는 분유니까.” 이런 말들이 나오게끔 만들 것이다. 12개월 넘도록 우리의 제품만 먹는 충성 고객을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생아를 키우다 보면 ‘아니, 이렇게 연약한 존재가 어떻게 살아남았지?’ 싶은 생각이 든다. 1~2시간에 한 번씩 배가 고픈데 젖을 빨다가 지쳐서 계속 잠에 든다. 배가 고파서 앙앙 난리 법석을 치다가, 막상 젖을 물면 잠에 들어버리는? ‘배고파서 잠을 못 잔다’와 ‘잠이 와서 밥을 못 먹는다’ 이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다니. 이게 뭐지. 생존 능력이 이렇게 떨어져도 되나?
아마도 먼 옛날, 현대 의학이랄 것이 없던 시절 이토록 연약한 아이가 건강하게 큰다는 것은 엄청난 기적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도와야만 지켜낼 수 있는 존재… 이런 존재가 있었기에 공동체가 굴러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요가 태어나고 2주가 지났다. 사실 지난 며칠은 많이 힘들었다. 무엇보다 모유 수유가 잘 되지 않아서 힘들었다. 고요가 잘 물지 못해서 아내는 잠도 자지 못하면서 몇 시간씩 우는 아이를 달래가며 먹여야 했다.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기에 전문가를 찾아가서 배우기도 했고 밤새 교육 영상을 보기도 했다. 배고프다고 서럽게 우는 고요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고, 무엇보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왜 우리가 모유 수유를 하려고 했지? 아내가 물었다. 그러게… 아이와 엄마에게 좋다고 하니까? 그리고 처음에만 힘들지 결국에는 편해진다고 하니까? 그런데 지금은 둘 다 아닌 것 같았다. 아이는 배고파서 울고, 우리는 힘들어서 울고 있었다. 2주가 넘도록 매일 최선을 다해서 시도했다. 고요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우리를 위해서 포기할 때가 됐다.
어떤 분유가 좋을까?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했다. 국산, 수입 내가 찾을 수 있는 모든 브랜드를 파헤쳤다. 육아용품 리서치를 하다 보면 알게 되는 진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애바애’라는 것. 분유, 젖병, 기저귀 뭐든지 내 아이에게 맞는 제품이 최고라는 말이다. 분유를 성분만 가지고 비교하면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최저가 앱솔루트 명작이나 최고가 수입 유기농 분유나 성분은 비슷하다. 비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싸다고 부족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유산균이 있고 없고의 차이? 팜유나 덱스트린이 있고 없고의 차이? 이 부분도 과학적 근거 없이 ‘아이에게 안 좋을 수 있다~’ 수준이다. 성분표를 보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면 원재료를 따져볼 수는 있다. 유기농이 더 좋을 수도? 산양유가 더 좋을 수도? 저온 살균이 더 좋을 수도? 식물 유래 DHA가 더 좋을 수도? 아니면 일단 오래된 제품을 믿어보는 것이… 세월의 풍파를 견딘 분유니까.
그리고 결국 산부인과에서 선물 받았던 분유로 정착했다… 잘 먹던 분유가 최고의 분유… 분유 회사의 수작에 넘어가는 것 같지만, 뭐 어쩔 수 없다.
고요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나에게도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이 3박자가 잘 맞는 것이 참 쉽지 않다. 고요가 태어난 지 2주가 넘어가면서 용쓰는 일이 잦아졌다. 배에 가스가 찬 것처럼 얼굴이 시뻘개질 때까지 꿈틀거리니 잠을 자지 못한다. 잘 싸지 못하니 잘 자지 못하고, 잘 자지 못하니 잘 먹지 못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젖병의 문제일까 싶어서 배앓이에 도움이 될 젖병을 당근으로 구했다. 새롭게 시도한 스와들업이 문제인 것 같아서 속싸개로 컴백했다. 그러니까 이제 쿨쿨 잘 잔다. 잘 자니까 또 잘 먹는다. 잘 먹으니까 또 잘 싼다. 쿵짜작쿵짝. 바로 이거지.
나도 고요와 같이 작았을 때가 있었다. 나도 빵구 뀌는 법을 몰라서 용쓰던 때가 있었군. 나도 트림을 해야만 토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군. 나도 괄약근에 힘이 없어서 아무 때나 똥을 지리던 시절이 있었군. 나 진짜 많이 성장했다. 감사한 일이다. 잘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