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광고협의회는 없어져야 한다
“띠리링 띵. 공익광고협의회.” 어릴 적부터 티비나 라디오를 틀면 공익 광고가 나왔다. “질서를 잘 지킵시다”, “금연합시다”, “술 적당히 마십시다”, 도박하지 맙시다”, 마약을 하지 맙시다”, “아이를 많이 낳으세요.” 별의별 주제로 전 국민을 계도하는 광고가 이 사회에 필요한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전물로 국민을 지도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 따르면 공익광고 사업의 추진 배경은 다음과 같다.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이고 시의성 있는 공익광고 주제를 선정하여 제작·방송함으로써 국민소통·공감대 형성 및 실천의식 확산을 유도.
별로 공감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 공익광고 제작에는 편당 평균 1.5억의 세금(2017년 기준)이 든다. 궁금하다. 공익광고란 무엇인가? “다양한 사회문제”라는 건 누가 정하나? 공익광고 제작사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가? 공익광고는 정말 “국민소통·공감대 형성 및 실천의식 확산”에 도움이 되는가?
KOBACO가 말하는 공익광고는 다음과 같다.
인간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 /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의식개혁을 목표로 하며 광고라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제반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국민들의 태도를 공공의 이익을 지향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휴머니즘, 공익성, 범국민성, 비영리성, 비정치성을 기본 이념으로 합니다.
더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써놓은 것을 보니 본인들도 공익광고의 존재 이유를 모를 확률이 높다. 답답한 마음에 이해하기 쉬운 말로 요약해 봤다.
공익광고는 프로파간다입니다. 광고를 보고 듣는 국민이 정부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하길 바랍니다. 모든 광고는 세금으로 제작하고, 방송사 의무편성을 통해 협의회가 선정한 메시지를 온 나라에 뿌립니다.
공익광고 주제를 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공익광고협의회는 연 3회(1, 5, 9월) 주제선정회의를 거쳐 공익광고 제작 주제를 선정합니다. 주제선정회의에서는 국민여론조사, 국민 및 기관 주제제안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민 대상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 및 의결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요즘 공익광고는 저출생 극복, 에너지절약, 세대갈등, 마약 퇴치과 같은 주제를 번갈아 가며 다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정치적, 세대 간 분열이 최악이라는 것 또한 뉴스가 매일 같이 알려준다. 마약이 삶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람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 30초짜리 광고를 본다고, 연예인이 말한다고, 마음이 바뀌어서 아이를 낳고 환경 보호에 나설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회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건 세뇌가 아니라 정책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다.
공익광고협의회가 선정한 주제들을 보면 이 단체는 미움받을 용기가 개미만큼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 보호나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공익광고는 어디에도 없다. 아이를 낳으면 행복할 것이라 하는데, 독박육아, 부동산 펌핑, 경쟁교육을 문제 삼지 않는다. 모두가 그러려니 할 주제를 고르고, 문제도 얕게 고민하니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속 터지는 문구를 사용한다. 차라리 AI에게 시켜서 광고를 만드는 것이 나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는 누가 일할까? 임원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일단 사장은 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다. 파란색이나 빨간색이냐, 대통령 마음대로 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의 정치색 또한 달라진다. 부정할 수 없다. 이곳은 광고에 대한 전문 지식이 바닥 수준인 사람들이 한자리 차지하러 오는 곳이다. 이들의 월급은 물론 국민이 책임지고 있다.
공익광고협의회는 본인들의 광고가 수많은 광고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공익광고의 목적은 “사회개혁”이 아니었나? 광고제 트로피가 쌓인다고 우리 사회에 불공정이 사라지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적어질까? 공익광고 제작비와 홍보비가 몇몇 사람들 배불리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이 사업이 정말 공익을 위한 것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죽는 날에도 공익광고협의회 광고가 흘러나올까 봐 두렵다. 이토록 무능하고 부패한 조직이라면, 없어지는 게 맞다. 이 사회에 공익광고가 필요 없다는 공익광고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