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suk Kang

냉방병

올여름은 정말 덥다. 집 밖은 열대우림 같아서 숨쉬기가 버거울 정도다.

에어컨 바람이 생명수가 되면서 활동 반경은 급격하게 줄었다. “너무 더우니까”라는 말은 완벽한 핑곗거리다. 땀이 조금이라도 나면 쉰내를 뿜어내는 몸이 집에만 붙어 있으려 하다 보니 운동은커녕 걷기조차 잘 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이 냉방인은 몸이 둔해지면서 매일같이 낮잠을 잔다. 밤에는 잠이 잘 안 와서 설치고, 깊은 잠에 들지 못하니 요상한 꿈을 꾼다. 시간 개념 또한 고장이 난 것인지 오늘이 며칠인지 헷갈려 한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오늘이 벌써 목요일이야?”라는 말을 해댄다.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지만, 월초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던 글쓰기 루틴은 어느새 잊었다. 스스로를 냉방 감옥에 가두고 노트북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눈을 감고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가뿐한 몸으로 무언가 해내고 싶다면 이토록 비정상적인 더위에도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35도’라는 단어에 겁에 질리는 대신 어떤 날씨에도 어디든 걸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는 거다. 인조 바람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유튜브를 보는 날이 반복될수록 삶에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재난문자가 날아오는 날에도 기죽지 말자. 눕지 말고, 나가서 허덕이자. 그래야 살아남는다.

#생각 #한국어